후원기업에 외면 받더니…일왕에게도 축하 못받는 도쿄올림픽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1-07-21 07:32   수정 2021-07-21 08:28



후원기업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도쿄올림픽이 자국 왕의 축하도 받지 못한 채 열릴 전망이다. 올림픽 개최에 싸늘한 여론을 의식해 게이단렌 등 일본 3대 경제단체장도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나루히토 일왕(사진)은 오는 23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전례를 깨고 개막 선언문에 축하를 뜻하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오륜헌장을 통해 개최국의 원수가 올림픽 개막을 선언하도록 정하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도쿄올림픽의 명예총재로서 개막식에 참석해 개막 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IOC는 개회선언에 정치적 의미가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언문의 문구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일본올림픽위원회(JOC)가 번역한 개막 선언문은 "근대올림피어드를 축하(celebrating)하며..올림픽 경기대회의 개막을 선언합니다"였다.

나루히토 일왕은 여기서 '축하'를 뜻하는 'celebrating'을 빼고 다른 단어를 쓰겠다는 것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는 히로히토 당시 일왕이 전례대로 '축하'라는 단어가 포함된 개막 선언문을 낭독했다.

나루히토 일왕이 '축하'를 빼려는 것은 코로나19로 도쿄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올림픽이 개최되는 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일왕은 애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4일에는 일왕가를 담당하는 궁내청의 니시무라 야스히코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폐하께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올림픽 개최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계시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왕이 사실상 올림픽 개최를 반대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경제계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최상위 후원사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개막식에 불참하고, 일본 내에서 올림픽 기간에 내보내기 위해 제작한 TV광고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에는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사쿠라다 겐고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등 3대 경제단체장이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쿠라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JOC의 개막식 참석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히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개막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소닉과 미쓰이부동산도 최고경영진이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는 TV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모두 도쿄올림픽 개최에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전날 일본에서는 3758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일주일 전보다 57.6% 늘었다. 개최도시인 도쿄에서는 일주일 전보다 67.1% 늘어난 1387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JOC는 대회 관계자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은 숫자가 전날보다 9명 늘어난 67명이라고 밝혔다.

개막식에 앞서 이날 후쿠시마현 아즈마 구장에서는 이번 대회의 첫 게임인 일본과 호주의 소프트볼 경기가 열린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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